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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_ 할레드 호세이니Personal Story/Book 2023. 1. 24. 02:11728x90
"라일라, 우리 아프간 사람이 쳐부술 수 없는 유일한 적이 있다면 그건 우리들 자신이란다."
p96
마리암은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같이 끔찍한 남자들과 결혼해서 어쩌면 그렇게도 비참한 생활을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혹은 이러한 얘기들이 쌀을 씻거나 밀가루 반죽을 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일상적인 여흥인지 궁금했다.
p150
겨우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다. 라일라는 시간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타리크의 아버지가 가끔씩 옛 파슈토 곡을 연주하는 아코디언처럼, 시간은 타리크가 있고 없음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었다.
p175
라일라는 인간이 직면해야 하는 가장 어려울 일 중에서 기다리는 일만큼 힘든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185
라일라는 이 점에서 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우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라일라는 남자들이 태양을 대하는 것처럼 우정을 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때, 그것의 광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존재, 태양.
p190
"라일라, 우리 아프간 사람이 쳐부술 수 없는 유일한 적이 있다면 그건 우리들 자신이란다."
p200
그녀는 오빠들처럼 엄마의 가슴에 흔적을 남기지 못할 존재였다. 엄마의 가슴은 창백한 해변 같았다. 부풀었다가 부서지고, 다시 부풀었다가 부서지는 슬픔의 물결에 자신의 발자국이 영원히 씻겨 내리는 차가운 해변 같았다.
p203
"젊은 친구들, 저게 우리 나라의 역사라네. 끝없이 반복되는 침략의 역사지. 마케도니아인들, 사산왕조의 사람들, 아랍인들, 몽골인들. 이제는 소련인들이지. 하지만 우리는 저기에 있는 벽과 같지. 부서지고, 쳐다봐야 아름다울 것도 없건만, 아직도 저렇게 서 있지 않은가."
p206
"이곳을 떠올릴 때면 나는 늘 정적과 평화로움을 떠올린다. 나는 너희들이 그것을 체험하기를 바랐다. 나는 너희들이 조국의 유산을 보고 풍요로운 과거에 대해 알기를 바랐다. 내가 뭔가를 너희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 이것이다. 어떤 것들은 책에서 배우지. 그러나 직접 보고 느껴야 하는 것들도 있는 법이다."
"네 엄마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행복했던 여자였다. 웃는 모습도 근사했지. 라일라, 네 엄마와 결혼한 이유는 바로 그 웃는 모습 때문이었다. 정말이야. 웃는 모습이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했다. 저항할 수가 없었지."
바비에 대한 애정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이후로 늘 그녀는 그를 그런 모습으로 기억했다. 팔꿈치를 바위에 받치고, 손으로 턱을 감싸고, 햇볕에 눈을 찡그리고, 바람에 머리를 살랑거리며 엄마에 대해 회상하던 모습으로 말이다.
p252
타리크는 그녀의 일부가 아니었던가. 모든 기억 속에서 그의 그림자는 그녀의 그림자 옆에 있었다.
p259
시간은 벌써 기억의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불러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한번 소생시키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몇 년이 지나면, 그를 잃어버린 걸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될 날이 올지 몰랐다.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하고, 거리에서 타리크라는 이름의 아이를 부르는 소리를 들어도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몰라하지 않을 날이 올지 몰랐다. 부재의 아픔에 너무 익숙해지면 지금처럼 그를 그리워하지 않게 될지 몰랐다. 다리가 하나 없는 사람의 환상통처럼.
p266
"하루 종일, 카불에 관한 한 편의 시가 머리에 떠돌더구나. 사이브에타브리지라는 시인이 17세기에 썼던 시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p352
그녀는 마음의 먼 구석에 갇혀 그러한 세월을 살았다. 희로애락과 꿈과 환멸을 초월한 메마른 불모의 땅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는 사랑이라는 것이 해로운 착각이요, 그것의 공범인 희망은 믿을 수 없는 환상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줬다. 독성이 있는 그 쌍둥이 꽃들이 메마른 땅에서 돋아나기 시작할 때마다 마리암은 그걸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녀는 그것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뽑아서 시궁창에 던져버렸다.
p481
편지를 "수없이" 썼다는 타리크의 말이 마음속을 맴돌았다. 또 다른 전율이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슬프고 고독한 물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간절하면서도 무모하게 희망적인 물결이기도 했다.
p503
"나를 위해 아지자에게 입맞춤을 해줘. 그 아이는 내 눈의 누르(빛)이자 내 마음의 술탄(황제)이라고 말해줘.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겠지?"
p518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스무 걸음을 걸으면서 조금 더 살았으면 싶었다. 라일라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라일라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와 같이, 별들이 떠 있는 하늘 밑에서 차를 마시고 먹다 남은 할와를 먹었으면 싶었다. 마리암은 아지자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녀의 손톱을 헤나로 칠해주고 결혼식 날에 노쿨(사탕)을 뿌려주지 못한다는 게 슬펐다.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다는 게 슬펐다. 늙어서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참 좋을 것 같았다.
마리암은 이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많은 걸 소망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 그녀에게 엄습해온 건 더 이상 회한이 아니라 한없이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그녀는 천한 시골 여자의 하라미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쓸모없는 존재였고,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불쌍하고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잡초였다.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이자 벗이자 보호자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되어, 드디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렇게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이건 적법하지 않게 시작된 삶에 대한 적법한 결말이었다.
p569
라일라는 아지자가 기도에 집착하는 건 마리암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는 걸 안다. 당분간은 그러할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뿌리가 뽑힌 잡초처럼 시간은 기억의 정원에서 마리암을 데려갈 것이다.728x90'Personal Story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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