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담 _ 밀란 쿤데라Personal Story/Book 2021. 4. 20. 00:27728x90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p17
- 우리는 다만 서로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서로 다르다고 반복해서 말해야 할 뿐이었다.(나는 코스트카의 이런 다른 점을 좋아했고, 그와 논쟁을 하면, 나는 정말 누구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언제나 확인할 수 있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p42
- 내 인생의 라이프 모티프가 다시 들려왔다, 멀리서 나의 젊음이 내게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로 내가 무너져 가고 있었다.
p51
- 나는 내 기억들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기억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p275
- 잠은 나와 어제의 만남 사이에 일종의 막 같은 것을 쳐 놓았다.
- 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그토록 루치에를 사랑했어도, 그녀가 그렇게 완벽하게 유일한 존재였어도, 그녀는 우리가 서로 알게 되고 매혹되었던 그때의 상황과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사귀어 간 모든 상황에서 그 여인을 떼어 놓으려고 하는 것, 집요한 정신 집중으로 그녀에게서 그녀 자체가 아닌 모든 것을 벗겨 내려고, 그러니까 사랑에 형태를 부여하는, 그녀와 함께 겪은 그 사연을 다 없애 버리려고 애쓰는 것은 어떤 추론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사실상 내가 한 여자에게서 좋아하는 것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그녀가 내게 다가오는 방식, 나에게 그녀가 의미하는 그 무엇이다. 나는 한 여자를 우리 두 사람 이야기의 등장인물로서 사랑한다. 햄릿에게 엘시노어 성, 오필리아, 구체적 상황들의 전개, 자기 역할의 텍스트가 없다면 그는 대체 무엇이겠는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하고 환상 같은 본질 외에 그에게 무엇이 더 남아 있겠는가?
- 그녀는 밤이나 낮이나, 말 없는 향수처럼, 내 안에 살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영원히 잃어버린 것들을 열망하듯 그렇게 그녀를 원했다.
p394
- 그 어떤 행위도 그 자체로서 좋거나 나쁘지 않다. 오로지 어떤 행위가 어떤 질서 속에 놓여 있느냐 하는 것만이 그 행위를 좋게도 만들고 나쁘게도 만든다.
p419
- 내 삶을 짓누르는 공허, 그 공허의 무거운 가벼움을 느꼈다.
p420 ~ 421
-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 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 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 그러나 나는 이를 알지 못했고 그래서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의 파도, 당시의 내 나이에 대한 분노의 파도가 나를 온통 집어삼켰다.
- 자기밖에 놓인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너무도 커다란 수수께끼인 그런 아니, 또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 자신의 감정, 자신의 혼란, 자신의 가치 등을 놀랍게 비추어 주는 움직이는 거울에 불과한 그런 바보 같은 서정적 나이에 대한 분노였다.
p493
- 사람들 대부분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무엇을(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p532
- 우리 운명은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끝나는 일도 종종 있다는 생각,
종말의 순간은 죽음의 순간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728x90'Personal Story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두 발자국 _ 정재승 (0) 2022.04.26 호모데우스 _ 유발하라리 (0) 2022.04.26 화염(incendies) _ Wajdi Mouawad (0) 2022.04.20 사피엔스 _ 유발하라리 (0) 2022.04.2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_ 밀란 쿤데라 (0) 2021.04.18